본문 바로가기

해운

상선 3등항해사의 선상생활

 

3등항해사의 직무 개요와 선상 포지션

 

상선에서 3등항해사는 항해사 직급 체계 중 가장 하위이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선에는 선장, 1등항해사, 2등항해사, 그리고 3등항해사로 구성된 갑판 부서가 있으며, 3등항해사는 항해 및 안전 장비의 유지 관리, 당직 근무, 그리고 선박 입출항 시의 보조 업무 등을 수행합니다. 선박의 종류에 따라 세부 업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항해 당직(Bridge Watch)을 통해 선박의 안전 운항을 직접 책임지는 자리에 서게 됩니다. 선장과 1등항해사가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동안, 3등항해사는 그 지시를 수행하고, 실무를 통해 선박 운항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합니다.

3등항해사는 또한 선박의 안전 관리 업무 중 일부를 담당하게 되며, 구명정, 소화기, 비상탈출 장비 등의 월간 점검 업무를 맡는 경우도 많습니다. 선박 운항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자로서 신속하게 대처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선상생활에서 긴장감과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3등항해사는 단순히 막내 항해사라는 이미지보다 훨씬 더 전문적이고 실무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루 일과와 근무 체계

3등항해사의 하루는 철저하게 당직 근무 체계에 맞추어 구성됩니다. 일반적으로는 4시간 근무, 8시간 휴식의 패턴을 유지하는 3교대 시스템(4-8, 8-12, 12-4 중 하나)에 따라 당직을 서게 됩니다. 대부분의 선박에서는 3등항해사가 8시부터 12시까지, 그리고 밤 8시부터 자정까지(8-12 watch)의 당직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간 동안 항로 확인, 레이더 감시, AIS 감시, 선박과의 통신 등 선교(Bridge)에서 항해와 관련된 실질적인 관제를 수행하게 됩니다.

근무 외 시간에는 장비 점검, 보고서 작성, 소모품 관리, 작업 준비 등이 이어집니다. 특히 선박이 항구에 입출항 할 경우, 3등항해사는 도선사 승선 지원, 계류 및 이안 보조, 갑판 작업 지시 등을 수행하게 됩니다. 입항 시에는 서류 처리와 포트 스테이 계획 확인, 출항 시에는 선체 점검과 항로 설정 등의 업무도 함께 이루어집니다. 이처럼 하루 24시간이 치밀한 루틴 속에 돌아가며, 근무와 비근무 시간 모두 일정 수준의 긴장과 책임을 요구받습니다.

 

선상생활의 인간관계와 조직문화

상선은 제한된 공간에서 수십 일에서 수개월을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입니다. 따라서 3등항해사에게는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원활한 인간관계와 협업 태도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해운업계에서는 직급 간의 위계질서가 엄격하게 유지되는 문화가 존재합니다. 3등항해사는 모든 항해사 중 가장 낮은 계급이기 때문에 선장 및 선배 항해사들과의 관계에서 예의와 존중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생활 공간이 제한된 선박 내에서는 사소한 마찰도 피로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배려심 있는 언행과 팀워크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선내 식사 시간, 휴게실 사용, 공동 공간 청결 유지 등에서 동료들과 협조하는 태도는 직무 수행 못지않게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됩니다. 특히 기관부(엔진 부서) 및 조리사, 통신사 등 다양한 국적의 선원들과도 소통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기본적인 영어 회화 능력과 다문화 이해력이 선상생활의 질을 크게 좌우합니다.

 

장점과 어려움, 적응의 과정

3등항해사의 선상생활은 특수한 환경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장점과 동시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공존합니다. 가장 큰 장점은 일찍부터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국제적인 해상 네트워크와 접촉하면서 글로벌한 시야를 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고연봉과 안정적인 직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입니다. 또한 항구를 따라 이동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접하는 기회도 주어집니다.

반면에 가족 및 사회적 관계와 단절된 삶, 인터넷 접근의 제한, 극심한 외로움, 육체적 피로, 멀미와 같은 신체적 문제는 초반 적응기를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초임 시기에는 타지에서 겪는 낯설음과 직무 스트레스가 겹쳐 정신적으로 고된 시기를 겪게 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선원들은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고, 한정된 와이파이를 활용해 가족과 연락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일상의 안정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선상에서의 적응은 시간이 필요한 숙제이며, 이를 넘어서야 비로소 항해사로서의 성장의 길이 열립니다.

 

커리어 패스와 미래 전망

3등항해사로 시작된 해기사 경력은 철저한 경력 관리와 승선 일수 충족, 그리고 해양수산부 자격시험을 통해 차례로 2등항해사, 1등항해사, 궁극적으로는 선장으로까지 승진이 가능합니다. 이는 단순히 직급 상승뿐만 아니라 급여, 복지, 결정 권한 등의 측면에서도 큰 도약을 의미합니다. 상선업계는 여전히 전문 해기사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LNG선, 원유운반선, 대형 컨테이너선과 같은 특수 선종은 경험 많은 항해사를 선호합니다.

또한 일부 항해사들은 일정 경력을 쌓은 후 육상직으로 전환해 해운회사, 항만청, 해양안전 관련 기관 등으로 커리어를 확장하기도 합니다. 특히 3등항해사 시절의 실무 경험은 이후의 진로 선택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양 디지털 기술, 자율운항 선박 등 신기술 분야에도 항해사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어, 미래의 가능성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선 3등항해사의 선상생활은 단순한 시작이 아닌, 세계를 무대로 한 전문 해기사로서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