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Pilot)의 역할과 승선 준비
국제무역의 핵심 수단인 상선은 대형화와 고속화의 흐름 속에서 복잡한 항만 환경에 안전하게 접근하기 위해 도선사(Pilot)의 전문 기술에 의존하게 되는데요, 도선사는 항만이나 해협과 같이 제한된 수역에서 선박을 안전하게 입항 또는 출항시키는 전문가로, 해당 지역의 수로, 조류, 기상 등 다양한 정보를 숙지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선이 도착 예정 시간에 가까워지면 선사는 선박운항대리점을 통해 도선사의 승선 요청을 하며, 항만 당국은 지정된 도선사에게 승선 준비를 지시합니다. 이 때 도선사는 대상 선박의 크기, 흘수, 화물 종류, 기상 조건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최신 항로 정보와 항만 혼잡 상황까지 분석하여 승선 준비를 마치게 됩니다. 도선사는 ‘도선정’(pilot boat)을 통해 공해상 대기 중인 선박에 접근하여 사다리를 통해 직접 승선하게 됩니다.
도선사의 승선과 브리지 미팅
도선사가 선박에 승선하면 가장 먼저 선교(Bridge)로 이동하여 선장과의 브리지 미팅(Bridge Meeting)을 실시하는데요, 이 과정은 선박의 상태와 항해 계획에 대한 정보를 상호 공유하는 중요한 단계로, 도선사는 항내 항로, 변침 지점, 입항 시각, 예인선(Tug boat) 배치, 기상 정보 등을 설명하고, 선장은 선박의 조종 특성, 추진기 및 키 작동 상태, 속력 유지 능력 등을 보고하게 됩니다. 특히, 최신 전자해도(ECDIS)와 레이더, AIS 등을 확인하여 항로와 주변 선박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검토합니다. 이때 선장은 전적인 조타 및 속력 조정 권한을 도선사에게 위임하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선장이 최종 책임을 지게 됩니다. 브리지 미팅은 선박이 실제로 조종에 들어가기 전 이루어지는 중요한 안전 프로세스로,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 이상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항만 입구 진입과 예인선 대기
브리지 미팅이 완료되면 도선사는 선박의 속력과 방향을 조정하여 항만 입구로 진입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류, 수심, 바람, 시야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예인선과의 무전 교신도 병행합니다. 대형 선박의 경우 좁은 수로에서 급정거나 급선회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정밀한 조타 지시가 요구됩니다. 예인선은 대형선의 경우, 보통 2~4척이 동원되며, 선미와 선수 양측에 배치되어 추후 접안 시 선박의 방향 조정과 감속을 돕게 됩니다. 예인선은 도선사의 지시에 따라 미리 지정된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필요 시 줄(와이어 혹은 로프)을 연결하여 견인 및 밀착 작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때 항만 관제센터(VTS: Vessel Traffic Service)와의 지속적인 통신도 필수적입니다. 관제센터는 실시간 선박 주변 상황을 제공하며,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방지하는 교통 통제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접안 준비 및 최종 조타
도선사의 지휘 아래 선박은 서서히 접안 예정 부두로 접근하는데요, 이때 예인선이 연결되어 선박의 선수를 회전시키거나 선체를 부두 방향으로 밀어주는 역할을 하며, 선박 자체의 추진기와 키도 정밀하게 조작됩니다. 접안 과정에서 선박은 데드 슬로우(dead slow) 수준의 매우 낮은 속력으로 이동하며, 수 미터 단위의 미세한 조정이 반복된다. 이때 브리지에서는 도선사가 직접 구두로 조타수에게 명령을 내리며, "Port 10", "Midships", "Stop Engine"과 같은 지시어가 사용하게 됩니다. 또한, 부두의 계류설비 상태, 타선의 위치, 바람 방향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여 선박의 각도를 조정하게 됩니다. 필요시 예인선(터그보트)는 양측에서 동시에 힘을 가하여, 선박이 진입할 선석의 중심선과 완전히 일치 하도록 밀어 줍니다. 이 단계는 항로보다 더 섬세한 기술이 요구되며, 단 1미터의 오차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도선사의 고도의 집중력과 경험이 요구됩니다.
계류 작업과 도선사 하선
선박이 정확한 위치에 도착하면 계류(Mooring) 작업이 시작됩니다. 갑판에서는 갑판부 선원들이 와이어와 로프를 준비하고, 부두의 계류 설비(볼라드, 비트 등)에 연결하여 선박을 고정합니다. 일반적으로 전방, 후방, 측면에 각각 여러 개의 계류줄이 연결되며, 최종 계류 상태가 안정되었는지 확인한 후 도선사는 선장에게 접안 완료를 알립니다. 이때 항만 당국이나 하역 회사 관계자, 검사관, 세관 등도 선박에 승선하여 관련 절차를 진행합니다. 접안을 마치면 도선사는 선장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접안된 부두로 하선하게 됩니다. 이후 도선사는 항만 도선센터로 복귀하여 다음 배정된 선박을 대비하게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선박의 크기나 항만의 구조에 따라 상이할 수 있으나, 대체로 수십 년의 경험과 숙련이 축적된 도선사들의 전문성 덕분에 매일 수백 척의 상선이 안전하게 접안하고 또한 출항되고 있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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