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상선 태풍 등 기상 악천후 대응 절차 : 사전준비 + 항해중

moonliteaurora 2025. 8. 8. 16:27

사전 대비 : 기상 감시 체계와 운항 의사결정 프레임

태풍 대응의 절반은 출항 전에 결정됩니다. 선장은 ISM Code가 부여한 Overriding Authority에 따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항로 변경·출항 연기·기항지 변경을 과감히 결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출항 72~24시간 전부터 기상 통보(NAVTEX, SafetyNET, INMARSAT EGC), 기상 라우팅(민간 라우팅업체 또는 사내 운항팀), 해도·조석·항만고시(NtM) 및 ECDIS 위험구역(풍랑·저기압 이동경로·수심 제한·선회 공간)을 통합 검토합니다.

같은 태풍이라도 선형과 적재 상태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지므로, 선박 고유의 취약성(컨테이너선의 장주기 파랑에 의한 파라메트릭 롤링, 벌크선의 선수 슬래밍과 그린워터, 유조선의 관성 대형화로 인한 회두 지연)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GM과 복원성 곡선, 롤 주기(Tr) 추정값을 확인하고, 파랑 주기(Te)와의 공진 가능성이 있으면 빌지탱크·더블바텀·사이드탱크의 밸러스트 계획을 수정합니다.

출항 전 Watertight/Weathertight Integrity Checklist(수밀·방수 점검표)를 돌려 해치 커버 고정, 공기관(air pipe) 체크 밸브, 웨더타이트 도어·맨홀 클리트, 갑판 배수(Scupper) 개방 상태를 확인합니다. 갑판·실내의 Loose Gear 제거·고정, 비치 공구·소방구·구명기구의 제 위치·사용 가능 여부를 점검하고, 항해 중 필요 장비(추가 라싱, 스패너, 예비 트위스트락, 웨지, 라쳇 텐셔너)를 접근성 높은 장소로 재배치합니다.

승무원 측면에서는 비상배치표(Muster List)와 악천후 행동지침(Heavy Weather Checklist)을 재교육하고, 갑판 작업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무 배분·휴식시간(MLC 준수)을 재설계합니다. 피로는 사고의 선행지표이므로, 야간 연속 핸드스티어링 배치를 예상할 경우 교대 인원을 보강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선 태풍 등 기상 악천후 대응절차

항해 중 : 코스·속력·타(舵) 운용과 다층 감시

악천후에서 핵심은 파랑 주기·향파각·속력의 조합 관리입니다. 선수파/정횡파에서 선수 슬래밍·그린워터가 반복되면 속력을 단계적으로 감속하여 상대 파랑주기(Encounter Period)를 바꾸고, 선수각을 20~40도 정도 사선으로 두어 충격을 분산합니다. 추파·선미 사선파에서는 브로칭 투(broaching-to)와 선미 들림으로 프로펠러 캐비테이션·공회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과도한 감속을 피하고, 타 각을 자주 미세 조정해 선미를 파고에 잠기게 유지합니다. 장주기 파랑에서 컨테이너선이 파라메트릭 롤링 징후(소각에서 급격한 대각, 갑판의 불규칙 타격음, 라싱 보강 후에도 스트랜드 발생)를 보이면 즉시 코스 각도를 크게 수정(±30° 수준)하거나 속력을 크게 변경해 공진을 깨야 합니다. 이 구간은 오토파일럿의 PID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반응해 롤링을 키울 수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핸드스티어링으로 전환하고 러더 리밋·헬름 감도를 조절합니다. 다층 감시 체계로는 브리지에서 레이더 레인클러터·시시 레벨을 최적화하고, ARPA CPA/TCPA를 넉넉히 유지하여 대피기동 여지를 확보합니다. VHF Ch16·Ch13 청취를 유지하되, 갑판 카메라(CCTV)·브리지 윙 관측을 통해 해치 상면 그린워터·컨테이너 스택 동요, 갑판 장비의 이탈 조짐을 수시 확인합니다. 기관실은 E/R 모니터링을 상향(냉각수 온도·LO 압력·슬립·Shaft Power), 블랙아웃 리스크에 대비해 발전기 병렬 운전과 비필수 부하 절체를 선제 시행합니다. 선내 모든 인원은 방한·방수 PPE를 착용하고, 갑판 외부 이동은 안전줄·안전모서리 라인 설치 구간을 이용하며, 강풍 경보 시 불요불급한 외부 작업을 금지합니다. 야간에는 파고 급상승 시 브리지에 추가 워치(Off-duty Deck Officer)를 올려 상황인식을 끌어올립니다.

 

선체·기관·갑판 설비 보호 : 수밀·배수·충격 완화의 기술

선체 보호의 첫 단계는 수밀성 유지입니다. 해치 커버 고무패킹·클리트 토크를 재점검하고, 코너키(Corner Key)·해치 코밍의 녹·패임을 임시 보강(고무매트+캔버스+래싱)합니다. 갑판 스커퍼는 이물 제거로 배수능력을 최대화하고, 그린워터 차단용으로 브레이크워터·그레팅을 제 위치에 고정합니다. 선수 상갑판 장비(윈들라스·무어링 와이어·샤클)는 플로팅 방지용 체인·세이프티핀 보강을 하고, 앵커는 데빌클로·보틀스크류 텐션을 재조정해 주행중 앵커 드롭(유실)을 예방합니다. 슬래밍이 빈번할 때는 트림을 약간 선수 들림(Trim by Stern)으로 조정하거나 배수량을 소폭 증가시켜 입사각을 낮춥니다. 벌크선은 밸러스트 탱크 편입으로 GM이 과도하게 커지면 롤 가속이 커져 구조 응력이 증가하므로, 선체 응답(슬래밍 빈도 vs 롤 가속)을 보며 적정 GM을 찾는 미세 조정을 반복합니다.

기관 측면에서는 연료 전환 계획(저온 시 FO 점도·온도 관리), 스컴·드레인 배출, 스로틀 응답성 테스트를 사전에 실시합니다. 연속적 슬래밍·그린워터가 복원성에 영향을 줄 정도가 되면, 일시적으로 속력을 더 낮추고 선수각을 키워 파랑을 비스듬히 타넘는 전략으로 충격을 분산합니다. 조타장치·유압 계통은 오일 레벨·필터 막힘·펌프 이중화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 시 러더 리밋을 30도 이내로 제한해 과열을 방지합니다. 브리지 장비는 레이더 페더링, AIS 송수신 상태, ECDIS ENC 업데이트·알람 설정(Shallow Contour/Look-ahead)을 현황에 맞춰 재셋팅합니다. 선내 배치는 전도 위험물(전자레인지, 냄비, 서랍, 프린터)을 모두 라싱·고정하고, 조리실 화재위험을 줄이기 위해 심한 동요 시 핫플레이트 사용을 제한합니다. 인명보호 측면에서 구명뗏목(Life raft)·구명정(Davit)·슬라이드가 풍하측으로 안전히 전개될 수 있도록 접근 통로를 확보하되, 실제 전개는 선장 명령 없이는 금지합니다.

 

화물별 안전조치 : 컨테이너·벌크·액체·특수화물별 차등 대응

컨테이너선은 출항 전 CSM/CSS Code에 따른 허용 스태킹 가이드와 라싱 플랜을 따르되, 악천후 예보 시 최대 적층단수·중량 조합을 보수적으로 낮춥니다. 컨테이너 스택 상부·외곽 베이의 라싱바·턴버클 텐션을 재조정하고, 오픈탑·플랫랙·OOG는 보강 스트랩·체인으로 이중 라싱을 합니다. 라싱 브릿지의 핀 삽입 상태·트위스트락 잠김 표지를 복수인이 교차 확인하고, 갑판 컨테이너의 배수로를 확보해 파렛트·비닐이 스커퍼를 막지 않도록 수시 제거합니다. 리퍼 컨테이너는 전력 안정성을 위해 분전반 과부하를 분산하고, 도어 개방 차단·온도 알람 임계치를 낮춰 냉매 누설을 조기 감지합니다.

벌크선은 IMSBC Code에 따른 화물별 수분한계(TML)·자유수면 효과를 재점검하고, 그린워터 유입이 우려될 때 해치틈새 테이핑, 보강 캔버스, 수면상승 예보 시 해치 위상 적치물을 전량 제거합니다. 곡물 화물은 그레인 코드에 따라 트리밍 상태를 재확인하고, 기울기 징후가 있으면 안전해역에서 일시적으로 선회·속력 감소 후 공간이 허락된다면 인력 트리밍을 시행합니다.

유조선·케미컬선은 자유수면 최소화를 위해 탱크를 가득 혹은  상태로 운용하는 원칙을 지키고, 상갑판 파이프랙과 밸브 스텐션을 체결 보강합니다.

위험물(IMDG) 적재 컨테이너는 베이·로우·티어 위치를 다시 확인하고, 장주기 파랑에서 동요가 큰 외측·상부 위치라면 선박·화주·용선자와 협의해 다음 기항지에서 재배치를 검토합니다.

차량선(PCTC)은 데크별 래싱 각도·본수 기준을 상향 적용하고, 램프 도어·웨더타이트 도어 패킹 압착을 재점검합니다.

중량물(헤비리프트)은 크래들·키블록·체인 텐션의 시간 경과 이완을 재조정하고, 선체 변형에 따른 미세 간극을 다시 쐐기로 메워 미끄러짐–충격 반복을 차단합니다. 공통적으로는 항해일지에 악천후 라싱 재점검을 시각·위치·기상과 함께 기록해, 손상·클레임 발생 시 선의(善意)·주의의무 이행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합니다.

 

사고 예방을 넘어 : 비상대응·보고·사후 점검과 학습

악천후 중이라도 징후가 보이면 선제 대응이 최선입니다. 컨테이너 스택에서 금속 마찰음·턴버클 이완·코너캐스팅 충격음이 반복되면 즉시 브리지–갑판 간 교신으로 풍하측 접근 가능한 구역에서 최소 인원으로 보강·철수합니다. 갑판에 그린워터 상주 시 작업 금지, 필수 시 라인맨 두 명 이상 짝조, 생명줄·견고한 발판을 확보합니다. 침수 징후(빌지 탱크 수위 상승, 해치 코밍 내부 누수, 펌프 과열)에는 배수펌프를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전기 설비 침수 우려 시 해당 구역 차단·절연측정을 시행합니다.

선원 부상·실종·중대 손상 발생 시 GMDSS 절차에 따라 DSC Distress/Urgency 호출, 근해 MRCC 보고, 회사 DPA 통보를 병행하고, 필요 시 인근 선박에 파이프호른·VHF로 주의 환기를 합니다. 동시에 엔진 출력·선미 방향을 유지해 파랑과 상대 위치를 유리하게 가져갑니다. 태풍권 이탈 후에는 손상 평가(선체 변형·균열·코팅 박리·해치패킹 손상·라싱 장비 파손·전선 트레이 이탈·밸브 누유)를 실시하고, Class·보험자 요구에 맞춰 중대 손상은 항구에서 Close-up Survey를 준비합니다. 화물 손상은 베이·컨테이너 번호·Seal 번호·외관·누수·냄새 등 객관 데이터를 사진·영상·로그로 남깁니다.

항해일지에는 실제 파고·풍속·기압·엔진 rpm 변화·코스 변경 시각·라싱 재점검 횟수·승무원 투입시간을 상세히 기록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장 주관의 After Action Review(사후 검토)를 통해, 타각 조정 패턴·속력 변동이 선체 응답에 준 영향, 기관 병렬 운전 타이밍, 라싱 보강의 적시성, 크루 휴식 분배의 적절성을 분석하고, 체크리스트와 작업지시서(SWI)를 업데이트합니다. 다음 악천후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구조적 학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위 절차는 선형·적재·해역·계절에 따라 가감이 필요하지만, 공통원칙은 분명합니다. 기상 정보를 선제적으로 통합 판단하고, 코스·속력·복원성을 동적으로 관리하며, 수밀·배수·라싱을 끊임없이 유지·보강하고, 인명은 어떤 사유보다 우선한다는 것 입니다. 특히 장주기 파랑이 잦은 계절·해역(북태평양 여름, 인도양 몬순 전후)에서는 파라메트릭 롤링·브로칭 등 비선형 응답을 염두에 둔 큰 폭의 코스/속력 변화가 사고를 막는 결정적 수단이 됩니다. 귀선의 선종·운항 패턴에 맞춘 체크리스트와 라싱·밸러스트의 표준 조합을 문서화해 두시면, 태풍과의 싸움에서 훨씬 유리한 출발선을 확보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