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상선 선원들의 식사는 어떻게 구성될까요? 선상 급식의 모든 것

moonliteaurora 2025. 7. 29. 23:14

선원 식사의 중요성과 운영 원칙

해상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상선 선원들에게 식사는 단순한 생존 수단이 아닌, 신체 건강 유지와 심리적 안정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루 3끼의 식사는 선박 내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중심 축이며, 장거리 항해 중 선원 간 유대감을 형성하는 매개체 역할도 수행합니다. 특히 고립된 공간에서 근무하는 해상 근로자들에게 식사는 하루의 활력소가 되며,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한 체력 유지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노동기구(ILO) 등은 선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선내 식사 품질과 위생 기준을 국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Maritime Labour Convention 2006 에서는 선박 내 음식 및 조리 위생 수준, 조리사의 자격 기준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상선은 이 기준을 충족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선원들의 식사

식자재 조달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선박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육상과 달리 언제든지 식자재를 보충할 수 없기 때문에, 항차(항해 일정) 시작 전 철저한 계획과 조달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항구에 정박할 때마다 육상 공급업체를 통해 필요한 식자재를 한 번에 대량으로 납품받으며, 이러한 식자재는 각 항구에 있는 ship chandler 또는 ship supplier을 통해 구매를 진행합니다. 이들은 선사와 계약을 통해 정기적으로 각종 식자재, 조리도구, 위생용품까지 공급하며, 각국의 항만 조건에 따라 지역 생산물이나 수입 식품의 구성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식자재는 냉동·냉장 설비를 통해 보관되며, 선박의 항해 기간에 따라 최소 수 주에서 수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여유 있게 계획됩니다. 생선, 육류, 채소류, 곡물류, 통조림, 냉동 식품 등이 주를 이루며, 일부 고급 선박의 경우 과일, 유제품, 디저트류까지 비축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부패를 방지하고, 위생 상태를 관리하기 위해 선박 내 냉동창고 및 냉장고의 온도는 주기적으로 점검되며, 각 선박에는 식자재 관리를 전담하는 선원이 지정되기도 합니다.

선박의 조리 담당자 : 조리사(Cook)의 역할

대부분의 상선에는 전문 조리사(Ship’s Cook)가 탑승하여 선원들의 식사를 전담합니다. 이들은 선박 내 식당(Galley)에서 조리 활동을 수행하며, 일반적으로 한 명 또는 두 명의 조리원이 함께 근무합니다. 조리사의 역할은 단순한 조리를 넘어서, 재고 관리, 위생 점검, 식자재 손질 및 저장, 식단 구성까지 아우르는 매우 중요한 직책입니다.

조리사는 해양 관련 조리 자격증(Marine Cook Certificate)을 소지한 전문 인력으로, 해양 조리 안전 교육 및 식품 위생 교육을 이수해야만 승선이 가능합니다. 일부 선박에서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출신의 숙련된 외국인 조리사가 고용되기도 하며, 이들은 자국의 요리뿐만 아니라 서구식, 동양식 요리를 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 다양성을 확보합니다.

식단 구성과 식단 의견 수렴

선박의 식단은 선원들의 국적, 종교,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여 다양하게 구성됩니다. 일반적으로 아침, 점심, 저녁 세 끼가 제공되며, 각 식사마다 기본 단백질(육류, 어류, 계란), 탄수화물(쌀, 빵, 국수 등), 채소류, 후식(과일, 요구르트 등)으로 균형 있게 배치됩니다.

아침 식사는 대개 간단한 형태로, 오믈렛, 베이컨, 볶음밥, 죽, 빵류와 커피·우유 등이 제공되며, 점심과 저녁은 한식, 양식, 중식 등을 포함한 다채로운 메뉴로 구성됩니다. 한식 위주의 선박에서는 김치, 된장국, 고기반찬 등이 자주 등장하며, 양식 중심 선박은 파스타, 스테이크, 수프류가 일반적입니다.

식단은 주간 단위로 미리 구성되며, 선원 복지책임자나 선장이 조리사와 협의하여 최종 확정합니다. 일부 선박에서는 선원들이 식단에 대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식단 의견 수렴표를 활용해 선원의 만족도를 반영하기도 합니다. 식사는 선박 내 식당(Messroom)에서 정해진 시간에 공동으로 섭취되며, 일정 인원 단위로 순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됩니다.

선상 식사의 특징과 특수 상황 대응

해상에서의 식사는 그 자체로 독특한 문화와 제약 속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특히 항해 중 기상 악화, 장기 운항, 항만 접근 불가 등의 상황에서도 식사가 중단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조리사는 흔들리는 환경 속에서도 조리를 수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주방 장비는 모두 고정식으로 설치되어 있고, 화재 예방을 위한 자동소화장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선원 중 일부는 종교적 이유로 특정 음식을 섭취하지 않거나 채식을 요구할 수 있어, 이를 위한 별도의 메뉴 구성도 고려됩니다. 무슬림 선원을 위한 할랄(Halal) 식자재도 일부 선박에서는 준비되며, 심지어 금식 기간에는 식사 시간 외에 별도 제공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장기 승선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해 선내에는 종합비타민, 비타민D 등의 영양제도 함께 제공되며, 일부 대형 선박에서는 전문 영양사가 식단을 자문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선상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수준을 넘어, 선원의 건강과 정신적 안정, 작업 효율성 향상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해상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체계적이고 안전한 급식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선사와 선박의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