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충돌 예방 규칙(COLREGs)의 개요와 제정 목적
국제 해상 충돌 예방 규칙(International Regulations for Preventing Collisions at Sea, 약칭 COLREGs)은 해상에서 선박 간 충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제정한 법적 규정입니다. 해당 규칙은 1972년에 제정되어 전 세계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각국은 이를 국내법에 편입하여 시행합니다. 대한민국도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및 해사안전법을 통해 이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COLREGs는 총 41개의 조항(Rules)과 4개의 부속서로 구성되며, 시계가 좋은 상황, 시계 제한 상황, 특정 항해 방식, 항로 선택 등 다양한 상황에서 선박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규정합니다. 이 규칙의 핵심 목적은 선박 간 명확한 항해 규칙을 통해 우발적인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있으며, 선박이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든지 이를 규율하는 명확한 절차와 의무를 정하고 있습니다.
현대 해운 실무에서 COLREGs는 선박 운항의 기본 법칙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모든 선장은 이 규칙을 숙지하고 항해에 적용해야 합니다. 특히 조종성능이 제한된 선박, 예인선, 어선, 대형 상선 등 선박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규정은 실제 현장에서 복잡한 교차 상황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유지선과 피항선의 개념 및 구분 기준
충돌 예방 규칙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는 유지선(stand-on vessel)과 피항선(give-way vessel)의 구분입니다. 두 선박이 서로 접근할 경우, 한 선박은 진로를 유지해야 하고(유지선), 다른 선박은 적극적으로 피해야 합니다(피항선). 이 구분은 항해 상황, 선박의 종류, 상대 선박의 위치 및 방향에 따라 달라지며, Rule 15~18에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 동력선이 교차 항해 중일 때 우현측에서 접근하는 선박이 유지선이 되며, 좌현 측에서 접근하는 선박이 피항선이 됩니다. 즉, 자신의 우현으로 상대 선박을 볼 수 있다면 피항 의무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선박은 일반적으로 다른 선박보다 우선권을 가집니다:
- 조종 능력이 제한된 선박(vessels restricted in their ability to maneuver)
- 어선(vessels engaged in fishing)
- 범선(sailing vessels) – 동력선보다 우선
- 예인선 또는 추진력이 제한된 선박
즉, 범선이 동력선과 충돌 위험 상황에 처해 있을 경우, 일반적으로 동력선이 피항선이 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범선이 추월을 시도하거나 항로를 방해하는 상황에서는 역할이 바뀔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의 적용 예시 및 판단 기준
실제 해운 현장에서는 이 규칙이 단순한 원칙 이상으로 복합적인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선장이나 항해사는 레이더, AIS(자동식별시스템), 망원경 등을 이용하여 주변 선박의 종류, 방향, 속도, 추정 침로를 신속히 분석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해협에서 상선 두 척이 좁은 수역에서 마주하는 경우, 좁은 수로 항해 규칙(Rule 9)에 따라 가능한 한 우측으로 항해해야 하며, 진로를 벗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이때 피항선은 일찍, 뚜렷하고, 큰 조종 동작을 통해 상대 선박에 자신의 피항 의지를 명확하게 알려야 하며, 불명확한 조종은 오히려 충돌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한편, 피항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지선이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을 경우, 유지선 또한 충돌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ule 17(b)). 이 조항은 실무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유지선이라 하더라도 끝까지 진로를 고집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충돌 회피의 공동 책임을 명시합니다.
주간 항해와 야간 항해에서의 적용 차이
COLREGs는 주간과 야간의 항해 상황에 따라 적용 방식이 달라지는 규칙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간 항해에서는 시각적으로 선박의 형태, 방향, 국기, 추진 방식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선박의 종류와 피항 의무 판단이 용이합니다. 하지만 야간에는 시계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항해등(navigation lights)과 형상(day shapes)을 활용하여 상대 선박의 상태를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항해등 규칙(Rule 20~31)에 따르면, 동력선은 백색 마스트등, 양현등(좌현 적색, 우현 녹색), 선미등 등을 점등해야 하며, 예인선이나 조종이 제한된 선박은 추가적인 조명 표시를 통해 상태를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야간 항해 중 피항선은 상대 선박의 항해등을 통해 그 선박이 유지선인지, 어선인지, 제한된 조종성을 가진 선박인지 등을 신속히 판단하고, 조종 행동을 결정해야 합니다. 실제 항해사는 야간에 선박의 불빛 패턴만으로도 유형과 항해 상황을 식별해야 하므로, 관련 교육과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충돌 예방을 위한 항해사의 책임과 현대적 과제
COLREGs의 궁극적인 목적은 합리적인 예방과 대응입니다. 아무리 규칙을 숙지하고 있더라도, 실제 해상에서는 다양한 변수와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해사는 항상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적절한 감시를 유지하고, 상황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현대 해운 산업에서는 자동항법장치(Autopilot), 전자해도(ECDIS), AIS 등 다양한 기술적 장비가 충돌 예방에 활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선장의 직관과 경험은 대체될 수 없습니다. 기술이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규칙을 오해하거나 지나치게 기술에 의존할 경우 오히려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각국의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 Vessel Traffic Services)과 협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혼잡한 항만이나 국제 해협에서는 VTS와의 교신을 통해 항로 정보를 공유하고, 상대 선박과의 통신을 유지하는 것이 충돌 예방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위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선박 충돌 예방 규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닌, 생명을 지키는 실무적 지침입니다. 유지선과 피항선의 개념, 시계 상태에 따른 판단, 주간과 야간 항해에서의 조종 방식 등은 모두 경험과 판단이 요구되는 전문 영역입니다. 해운 종사자라면 COLREGs를 단순히 시험용 지식으로 여겨서는 안 되며,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꾸준한 훈련과 학습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철저한 규칙 준수와 선제적 예방 조치는, 바다 위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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